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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609 작성일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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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북리뷰] - 5th,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이달의 북 리뷰] - 5th,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작성: 김 태 은 소장(창업발전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제목의 신선함' 때문이다. 흔히 우리 사회가 그린 '정답'과는 멀어보이는 제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오늘날 청년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혹시 그 비책(?)이 있을까?' 궁금하여 책장을 펼치게 되었다. 한동안 '노오력', '88만원세대', 'N포세대', '아프니까 (...)'처럼 기성세대 관점에서 현실을 조명한 프레임이 이슈가 되었다. 경우에 따라 서는 청년은 아파야 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고, 어떤 일이든 포기를 해서는 안되며, 그렇기 때문에 노력이 매번 수반되어야 하 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최저 시급이 오르긴 했지만 독립한 청년들은 여전히 월세를 걱정해야 하고, 모임 비용을 줄여 고정비용을 절약하며 세상과 소통도 단절한 존재들이 되어 있었다. 근본적인 '왜?'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 대신, 미디어를 통한 '청춘'의 '재현'은, 희망이라기 보다 우울한 자화상을 그려내는 것에 가까워보였다. 외부의 시선이 이럴진대 주인공인 청년 스 스로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듯 하다. 이 책은 이러한 전제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저자는 책의 전반부에서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자립'에 성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던지고 있다. 어떻 게 자립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노 래 가사처럼, 하늘에서 6개월 동안 50만원이 비처럼 쏟 아진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청년구직활동지원금제도」는 '자기주도'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만18세~34세 청년들에게 매월 50만원씩 6개월 간 취업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저자 고미숙 박사는 이 정책을 시행한 이후 청년 당사자들 의 인간관계가 돈독해지고, 혼밥 보다는 함께 밥을 먹는 빈도가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디어가 재현했던 청년의 모습과 사뭇 다른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던 일부 우려들에 대한 반례*라고 볼 수 있다. 책의 부 제 "'청년 연암'에게 배우는 잉여 시대를 사는 법"처럼, 백탑청연(白塔淸緣)** 모임이 오늘날 청년들에게도 유효할 수 있음을 점을 주장했다. 그는 '지성과 비전을 공유하면 우정은 돈독해진다'는 표현을 빌어 청년의 자립을 이루는 구성요인 중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연대만으로 유유자적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근본적인 대안으로써,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이른바 "나는 누구, 여긴 어디"와 같은 인식론적 고민을 마쳐야 한다고 한다. 유랑과 방황이 오답이라고 여겨지는 기존 패러다임***을 벗어나서, 끊임없이 새로운 자신을 찾아가는 삶(nomadism)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여행 이 시작"될 수 있음을 밝히면서, 그 전제가 바로 "내가 누구"이고 왜 "여기"에 있는지를 찾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여 행중에 만났던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여행 중 만나게 된 이 취준생 중국의 소설가 '루쉰'의 이야기를 하며 친해진 것을 계기로, 루쉰 평전을 쓰고 더 나아가 연극까지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취준생 청년은 삶의 트라우마, 두려 움을 잊고 다시 공무원 시험의 길로 돌아갔다. 안부 인사겸 받았다는 취준생의 편지 내용은 이러했다. "수 많은 인연의 손길로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 저희가 참 즐겁게! 신나게! 놀았어요. 정말 연극이 아니었다면 제 인생 최대의 위기였던 2017년을 어떻게 통과했을지 아득해요! (중략) 그러다보면 제 다음 세대쯤에는 공무원 시험을 응시하지 않아도, 공부를 잘 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일 하며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청년들의 고민 시작점 또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이 사회에서 규정 하는 '안정적인 삶'으로만 선택되어져야 하는 것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는 살아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 것이다. 고미숙 저자의 시대를 보는 통찰과 신선한 시각, 그리고 뉴노멀(new-normal)****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책의 제목이 단순히 '백수 생활 가이드'가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 다. 사업을 하든, 직장을 다니든, 공부를 하든,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을 하든 저자의 주장처럼 '끝이 있으면 새로운 길이 시작된 다'는 노마디즘의 마음으로, 더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될 때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책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는 청년 연암 박지원의 사상이 오늘날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연암의 사상을 반영하여 오늘날도 유쾌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 번 읽기를 추천한다. 창업발전소 에서 무료로 빌려볼 수 있다. (대여문의 02-2286-7799) 

※ 실시간 책 대여 현황은 창업발전소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dsocialventure.kr/books) 고미숙. (2018).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서울: 한국경제신문 한경BP 

본문주 
* 통용되는 규칙이나 법률 등에 대한 예외를 말한다. ** 연암 박지원이 당시 탑골공원 근처에 동료들을 불러모아놓고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함께 공부하던 모임을 부르는 말이다. *** 특정 시대에서 받아들여지는 인식론적 체계를 말한다. 이 체계에 '반례'가 등장하면 비정상(anomaly) 상태가 되고, 또 한번 패러다임 은 변화된다. 이 말은 쿤(1962)의 「과학혁명의 구조(원제: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 이 전 시대에서 '비정상'으로 보였던 것들이 삶의 표준처럼 흔한 현상이 되어버린 것을 의미한다. 
 
작성자 관리자